한 고등학생이 SNS에 가짜 계정을 만들고 또래 학생 십여 명의 사진과 영상을 도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.
사진을 도용당한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각종 성희롱의 대상이 되는 피해를 봤지만,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오히려 사진을 도용당한 학생들도 잘못이 있다며 사과하라고 결정했습니다.
무슨 일인지 김혜린 기자가 보도합니다.
[기자]
여고생 A양은 지난 1년 반이 악몽과 같았습니다.
누구 건지 모르는 SNS 계정에 자기 사진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던 것도 모자라, 음란 메시지까지 게시돼 있던 겁니다.
[피해 학생 A양 부모 : 어른이 봐도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성희롱과 음란 채팅을 딸의 얼굴로 당한 거잖아요. 딸 사진을 마치 먹잇감 주듯이 내가 아끼는 얼굴 사진 줄게, 동영상 줄게 하면서….]
A양 말고도 다른 여학생들의 사진·영상도 있었는데, 확인된 도용 피해자만 모두 17명입니다.
A양이 사칭 계정 아이디를 직접 역추적해보니, 범인은 인근에 살던 또래 여고생 B양이었습니다.
A양 등 사진을 도용당한 학생 세 명은 B양을 학폭위에 신고하고, 직접 만나 사과와 함께 사진 도용에 책임을 지겠단 서약서도 받았습니다.
하지만 얼마 뒤 열린 학폭위에서 A양 등은 학교폭력 쌍방 가해자가 되어 있었습니다.
이들과 만날 때 위협을 느꼈다며 B양이 학폭위에 맞신고한 거였습니다.
[가해 학생 B양 부모 : (세 명이 모여서 만난 것에 대해) 엄청나게 많이 (두려움을) 느꼈었던 건 맞죠.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지금 어떤 사건을 벌여서 크게 만드는 건 사실이거든요.]
A양 등이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학폭위 심의위원들의 태도였습니다.
SNS에 남들이 볼 수 있도록 사진을 올리면 도용될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피해 학생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투로 말했기 때문입니다.
서약을 받기보단 그냥 용서하는 게 더 나았을 거란 취지의 말도 했습니다.
결국, 심의위는 사진을 도용한 B양에게 전학 처분을 내리면서, A양 등도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강요 행위를 했다며 B양에게 사과하라고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.
[다른 피해 학생 : 최대한 어떻게든 저희 잘못으로 끌고 가서 빨리 어떻게든 끝내려고? 인정하게 하려는? 그런 질문들이 많았고. 잘못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로….]
학교폭력 전문가들은 학폭위가 기계적인 ... (중략)
YTN 김혜린 (khr0809@ytn.co.kr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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